닷 워치는 누가 사용할까? 곧바로 떠오르는 대답을 하려고 했다면, 오늘 이후부터는 또 하나의 답을 갖게 될 것이다. 점자 스마트 워치는 분명히 닷 워치가 맞다. 하지만, 닷 워치를 점자 스마트 워치라고 단정지을 수는 없다. 이 간단한 말장난에 르네 마그리트의 [이미지의 배반]이 떠오르기도 한다. 그렇다면 무엇이 다른 것일까? 그 대답은 닷 워치에 담긴 24개의 점에 숨어있다.

르네 마그리트의 “이미지의 배반” 작(1929).”Ceci n’est pas une pipe.” (이것은 파이프가 아니다) 라고 쓰여있으며, 파이프가 그려져있다.

 

“닷 워치는 점자 스마트 워치다”

닷 워치 디스플레이에는 6개의 점형이(가로 3줄, 세로 2줄) 4개가 있다. 점자로는 4개의 점자를 의미한다. 닷 워치 설명서의 첫 장을 펼치면, 숫자 점자가 쓰여있다. 사실, 누구나 10개의 점자만 외우면 닷 워치의 점자 모드에서 시간(시, 분, 초)과 날짜를 읽을 수 있다. 눈으로든 손끝으로든 나에게 좀 더 편한 감각으로 읽으면 된다.

닷 워치의 간편매뉴얼 첫 페이지를 보여준다. 0부터 9까지의 숫자가 점자와 묵자로 쓰여있다. (저시력자를 위해 큰 글씨체를 사용했다)

“닷 워치는 점자 스마트 워치가 아니다”

이렇게 한 문장으로 단정할 수 없는 이유는 닷 워치로 점자 이외의 더 다양한 의미를 담을 수 있기 때문이다. 워치 디스플레이에 있는 24개 점을 조합해서 닷 워치만의 새로운 의미를 창조할 수 있다. 누군가는 그 의미를 손끝으로 만져서 알 수 있고, 누군가는 눈으로 보고 알 수 있을 것이다. 어떤 감각을 사용하든지 모두에게 직관적으로 설계된 닷 워치의 [촉각 모드]에서 닷 워치에 담긴 새로운 문자를 알아보자.

닷 워치에서 “홈 – 선택 – 홈 – 선택” 버튼을 3초간 누르면, [촉각 모드]로 진입한다. [촉각 모드]에서는 점자를 모르더라도 올라오는 점의 개수를 세서 시간을 확인할 수 있다. 왼쪽의 12점은 “시”를, 오른쪽 12점은 “5분 단위의 분”을 나타낸다. 여기서 “선택 버튼”을 한 번 더 누르면, 분단위까지 정확한 시간을 알 수 있다.

예를 들어, 10시 58분 일을 생각해보자. 디스플레이 왼쪽 칸에는 10개의 점이 올라와서 10시를 알려주고, 오른쪽 칸에는 11개의 점이 올라와서 55분 대(55분~59분)임을 알려준다. 여기서 “선택 버튼”을 한 번 더 누르면, 왼쪽 칸에는 5개의 점으로 50분을, 오른쪽 칸에는 8개의 점으로 8분을, 즉 58분이라고 알려줄 것이다.

닷 워치의 촉각모드로 10시 55분을 나타내주는 그림이다. “선택 버튼”을 한 번 더 누르면, 정확한 분을 알 수 있다.

[촉각 모드]에서는 심플하고 직관적인 형태로 배터리 시간, 블루투스 연결 상태 등을 손쉽게 확인할 수 있다. 아래 배터리 잔량 확인 방법을 보면, 4칸이 각각 25%씩을 의미하고 있어서 배터리 잔량을 바로 체크할 수 있다. 시간을 읽는데 익숙해졌다면, 이제 나만의 닷 워치로 조금씩 길들여가면 된다.

닷 워치의 배터리 잔량확인하기 그림. 4개의 셀이 배터리 잔량을 표시하며, 하나의 셀은 25%을 의미한다.

 

지금의 아날로그가 한때는 디지털로 불리던 시절, 작은 삐삐 속에는 여러 가지 암호들이 있었다. 숫자로 된 암호는 그 의미를 아는 사람들에게 유용하게 쓰일 수 있었다. 사람들이 보고 있어도 아는 사람만 알 수 있었고, 곁눈질만으로도 그 의미를 빠르게 알아챌 수 있었다. 누구나 알 수 있지만, 아무나 알 수 없는 – 그런 감성이 이었다.

8282(빨리빨리), 505(SOS), 486(사랑해), 175(일찍와), 7942(친구사이), 5782(호출빨리)

시각장애인이든 시각장애인이 아니든, 촉각으로 만지든 시각으로 보든, 닷 워치를 사용하는 모든 유저들은 계속해서 점과 점 사이에 더 많은 이야기를 담아내려 할 것이다. 닷 팀 역시도 닷 워치 안에서 더 직관적이고, 감각적인 문자체계를 만들어 가기 위해 많은 연구를 해나갈 것이다. 그렇게 닷 워치는 점점 점자 스마트워치- 그 이상이 되어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