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주 KBS 9시 뉴스에 닷미니에 대한 소개가 나오면서, 한국에서도 닷미니에 관해 묻는 많은 문의 전화를 받았다. 지난 포스팅이 닷미니 프로젝트의 탄생과 이유를 소개하는 것이었다면, 이번에는 나이로비에서 만난 아이들에 대한 이야기를 해주고 싶었다. 케냐의 6개 시각장애인 학교의 학비는 모두 무료다. 그런데도, 아이들은 매년 새로운 교재비를 감당할 수 없어서 학교를 떠나고 있다. 이번 포스팅에서는 현지 학교, 병원 등 에서 만난 아이들 중 유독 기억에 남았던 모습과 이야기를 짧게 담았다.
시각장애인 학교의 아이들은 크게 두 종류로 나뉜다. 좋은 후원자 (부모가 비용을 내는 경우는 20%도 되지 않는다) 를 만난 아이들과 좋은 후원자를 기다리는 아이들. 사실, 후원자를 만난다고 해도 초-중-고등학교까지 계속 후원을 받는 경우가 드물어서 많은 아이들은 내년에도 학교에 다닐 수 있기를 항상 바라고 있다.
이곳은 시각장애인 마라톤 금메달 선수 헨리 완요이케(Henry Wanyoike)가 운영하는 무상 유치원이다. 블라무엘은 어릴 적에 알 수 없는 고열로 시력을 잃었다. 지금은 어머니와 단둘이 유치원 뒤 마당에 딸린 작은 집에서 살고 있다. 아프리카의 경우 어림잡아 2백만 명이 넘는 아이들이 전맹(Blind)이라고 한다. 그리고 10명 중 9명은 학교에 다니지 못하고 있다. 우리는 이 현실에서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아니 해야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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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은 2살 때 부터 안구가 붓는 현상을 겪었다. 수술 끝에 실명이 되었고, 가족들은 그의 치료비를 위해서 모든 재산을 처분한 상태였다. 다행히도 좋은 후원자가 나타나서 Primary School에(초~중학교 2학년까지) 다니고 있지만, 그 이후에도 공부를 지속할 수 있을지는 불확실한 상태다. 그는 내 손을 꼭 잡고, 아주 작은 목소리로 내가 가장 좋아하는 과목은 수학이라고 말해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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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쿠유 외곽의 안과병원에서 만난 아이들이다. (오른쪽)이스탈린은 한쪽 시력을 완전히 잃고, 한 쪽은 아직 조금 남아있었다. 그는 단지 케냐 북쪽의 피난민캠프 안에서 태어났고, 어느날 밤의 심한 고열에 적절한 치료를 받지 못했을 뿐이었다. 다행히도 이스탈린은 좋은 후원자 가정에 입양되어 이렇게 안과 치료를 받으러 다니고 있다. 아직도 아프리카에서는 많은 아이들이 고열, 수두, 홍역 등 예방접종으로 쉽게 예방할 수 있는 질병으로 실명한다. 사하라 사막의 모래 먼지로 각막 손상도 쉬운 데다가 깨끗한 물은 구하기도 쉽지 않다. 대충 씼고 나서 더러운 헝겊으로 닦다 보니, 계속된 각막 손상으로 결국 시력을 잃는 경우도 많다고 한다. 그것도 아주.
KBS가 취재한 이 영상의 40초쯤에 나오는 아이의 이름은 베린이다. 베린은 자꾸 닷미니를 입으로 가져갔다. 나는 혹시나 제품에 침이라도 들어갈까 노심초사하며, 이건 먹는게 아니라고 다그쳤다. 베린의 엄마는 옆에서 그녀의 손끝이 전부 마비되어서 손대신 입술(우리 몸에서 손끝만큼 예민한 부위인)로 점자를 읽는다고 했다. 옆에 있던 나는 불현듯 아무 말도 할 수가 없었다. 그녀는 계속 입술로 닷미니를 한 문장씩 읽어 내려가며, Amazing Grace 1절의 가사를 읊어줬다.
케냐 전체에는 약 100명의 안과의사가 있다고 한다. 인구당 비율로 따지면 60만명 당 1명인 셈이다. 이렇듯 치료의 기회조차 얻기가 어렵다보니, 질병으로 인한 교육적/경제적 빈곤의 악순환은 개발도상국에서는 흔히 볼 수 있는 현상이라고 한다. 더 이상 이런 일들이 반복되지 않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설령 안타깝게 시력을 잃게 된다고 해도 값비싼 점자 교재비 때문에 학교까지 그만두는 일이 없어야 할 것이다. (점자책은 만지면서 읽다 보니, 손으로 읽을때마다 마모되어 재사용이 어렵다) 우리는 닷미니를 통해 블라무엘, 존, 이스탈린, 베린 같은 아이들이 학교를 떠나게 되지 않도록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선의 노력을 다하고 있다. 더 넓은 곳까지 더 깊은 곳 까지 닿을 수 있기를 바라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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