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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미디어생활] 차별없는 배리어프리 기술로 디지털 포용 실현하는 소셜벤처 ㈜닷
Date
2022.04.07 00:00

2007년 핸드폰의 혁신이라고 불리는 애플사의 아이폰이 발매되었을 때 사람들은 환호했지만 그렇지 못한 이들도 많았다. 미국의 시각장애인 뮤지션 스티비 원더는 “터치 기반의 스마트폰은 시각장애인에 대한 배려가 없다.”고 지적했다. 이에 스티브 잡스는 보이스 오버 시스템을 추가해 그들의 불편을 줄여주었지만, 보이스 오버 시스템의 맹점 또한 존재한다. 소리를 들으며 다른 일을 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하지만 이런 시각장애인들의 불편을 덜어주는 기기를 만드는 회사가 있다. 소셜벤처 (주)닷(이하 닷)이다. 2017년 처음 닷 워치가 공개되었을 때 스티비 원더도 만족스럽게 구매했다. 

차별없는 배리어프리 기술로 디지털 포용 실현하는 소셜벤처 ㈜닷

 

인터넷은 구텐베르크 활자를 뛰어넘는 발명이라고 많은 사람들이 평가한다. Ai, 가상현실, 사물인터넷 등은 실용과학의 가장 큰 화두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인터넷으로 인해 정보의 민주화가 이루어질 것이라고 예상하고 기대했다. 하지만 정보의 민주화는 아직 실현되지 않았다. 기술이 소외계층을 무시한 채 질주했다. 모든 것이 기계화, 디지털화되면서 시각장애인, 지체장애인, 청각장애인 그리고 노인 등이 디지털 소외계층이 되고 있다.

닷의 목표는 장애인들의 정보 격차를 줄이고 장벽을 낮춰서 모두를 아우를 수 있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 배리어프리 기술을 사용, 혁신적인 제품을 만드는 것이다. 닷의 제품은 디지털 포용을 실현한다고 말할 수 있다.

두꺼운 점자 성경을 보게 된 것이 회사 창립의 계기

닷은 김주윤 대표가 교회에서 시각장애인 친구가 사용하던 점자 성경을 보고 나서 가졌던 의문에서 시작되었다. 활자 책으로는 한 권인 성경이, 점자책으론 스무 권이 넘었고 심지어 무게마저 꽤 나갔다. 점자책을 파일로 담아서 볼 수 있는 기계가 있지 않나 하는 그의 생각은 반만 맞았었다. 점자를 출력하는 단말기는 당시 약 5-600만 원 정도로 여유가 있지 않은 이상 구하기 힘든 물건이었다. 또한, 단말기의 부피가 너무 크고 출력되는 단어는 매우 적어 한 문장을 한 번에 완성시키지 못하는 경우도 부기지수다. 비시각장애인들에겐 당연한 것들이 시각장애인들에게는 전혀 당연한 일이 아니었던 것이다.

전기 신호에 따라 움직이는 돌기들이 불러온 혁신
자동 점자 번역 기술 도입
13개 점자 언어로 번역 가능한 기술로 해외로 뻗어나가는 회사


닷의 기술을 쉽게 설명하면 코일이 설치된 자석이 전기신호에 따라 움직이면서 돌기들이 점자 형태로 튀어나오는 기술이다. 이 기술은 단순 점자뿐만 아니라 이미지나 그래프들도 구현할 수 있다.

활자를 점자로 바꾸는 일을 하는 사람들을 우리는 점역사라고 부른다. 국내 점역사들은 약 500명 정도로 추산된다. 한국의 시각장애인 인구는 미등록까지 합쳐서 30만 명으로 추산되며 후천적으로 실명하는 사람이 증가 추세를 보인다. 시각장애인에 비해 점역사들이 월등히 적은 것이다. 또한 인터넷에 떠도는 활자의 수는 무한에 가깝다. 단순하게 생각하면 그 많은 정보들을 누가, 어떻게, 얼마나 많은 시간을 들여 점자로 번역하는지에 관한 의문이 생길 수도 있으나 이는 자동 점자 번역 기술로 해결된다.

자동 점자 번역 기술은 텍스트뿐만 아니라 그림이나 수식들도 실시간으로 번역한다. 이는 혁신으로 시각장애인들도 파워포인트나 엑셀 그리고 코딩 같은 컴퓨터로 가능한 복잡한 기술들을 사용할 수 있게 된다. 또한 한국어와 영어를 포함한 13개의 언어를 자동으로 점자 변환하는 시스템을 구축했다.

닷은 한국뿐만 아니라 해외에서도 승승장구 중이다. 스마트 워치는 알파벳을 사용하는 대부분의 국가에 이미 진출을 성공했다. 작년 미국에서 베리어프리 키오스크의 실증사업에 착수, 성공해 미국 진출을 앞두고 있으며 11월엔 오스트리아 빈 공항에 키오스크의 수출 계약을 앞두고 있다. 이어 애플과의 협업도 앞으로 확대될 예정이다.

단순 사업뿐만 아니라 닷의 목표 ‘정보 격차를 줄이고 장벽을 낮춰서 모두를 아우를 수 있는 사회를 만들기 위한’ 공공사업의 일환으로 인도와 아프리카 케냐 등의 시각장애인 아동의 교육 여건이 열약한 환경의 국가들에게 ‘닷 미니’ 제품을 보급해 수업에 적극 활용하도록 지원했다.

심플하고 미니멀한 디자인과 저렴한 가격이 매력

장애인들이 사용하는 제품에 대해 간단하게 생각해보면 단순 기능성에만 입각해 디자인은 투박하고 이쁘지 않다는 생각을 하는 사람들이 많다. 시각장애인들은 눈이 보이지 않는데 디자인이 무슨 상관이냐고 묻는 무지의 질문을 하는 비장애인들도 가끔씩 있다. 하지만 후자는 편견이다. 닷에서 사전조사를 했을 때 시각장애인들도 좋은 디자인에 대한 욕구가 큰 것으로 나타났다. 대부분의 시각장애인들이 모양과 색을 궁금해했다.

닷에서 만든 제품들의 디자인은 굉장히 심플하고 미니멀하다. 특히 닷 워치는 메탈릭한 외형을 가졌지만 차가워 보이지는 않는다. 또한 원형의 디자인이 특징이다. 본 디자인은 독일 iF 디자인 어워드 본상을 수상했다.

인터넷에서 휴대용 점자 상품을 검색해보면 대략 300만 원대에서 1500만 원 사이의 제품들이 나온다. 그에 비해 닷에서 개발한 닷 워치는 30만 원대의 저렴한 가격이다. 많은 시각장애인들이 비교적 쉽게 구매할 수 있는 금액이다. 이런 매력에 시각장애인뿐만 아니라 시계를 사용하는 비장애인들도 간혹 있다.

닷 워치–닷 패드–키오스크, 현재 닷의 주력 사업

닷 워치는 닷의 첫 번째 상품이다. 스티비 원더가 구입하고 만족한 상품으로도 유명하다. 점자에 익숙한 이용자를 위한 점자모드와 점자가 익숙지 못한 이용자를 위한 촉각모드로 사용할 수 있다. 그 외에도 핸드폰이랑 연결해 일반 스마트 워치가 사용할 수 있는 기능을 번역된 점자로 사용할 수 있다.

닷 패드는 닷 워치가 업그레이드된 제품이다. 애플사가 지원을 시작했으며 아이폰과 아이패드와 직접적인 호환이 가능하다. 2,400개에서 4,000여 개의 핀이 상하로 움직이며 텍스트뿐만 아니라 이미지나 그래프들까지 촉각으로 구현된다. 웹사이트의 기본적인 디자인 또한 구현이 된다. 세계 최초의 기술이다.


키오스크의 단점들은 뉴스에 간간이 소개된다. 닷에서 제작한 키오스크는 일반적인 키오스크가 가지고 있는 단점들을 개선했다. 저시력인들을 위한 큰 글씨로 화면이 제공되며 시각장애인을 위한 점자도 디지털로 구현된다. 또한 휠체어 장애인들의 앉은 키에 맞게 높이 또한 자동 조절된다. 2020년에는 국토교통부 스마트 시티 챌린지 사업에 선정되어 현재 부산의 모든 지하철역에 설치 예정이다.

<미니 인터뷰>“장애인이 편한 세상이 모두가 편한 세상”

고미숙 대리/소셜벤처 (주)닷 커뮤니티 매니저

고미숙 대리는 시각장애인 1급으로 닷에서 커뮤니티 매니저로 근무한다. 고 대리는 2017년에 닷에 입사해 현재는 회사에서 홍보, 인터뷰, 제품 소개, CS 등의 다양한 일을 맡고 있다. 인터뷰를 하는 고 대리의 또렷하고 맑은 목소리 그리고 정확하고 당당한 설명은 닷에 대한 기자의 신뢰를 높여주었다. 닷에서 일하는 회사원으로서의 목표를 묻는 기자의 질문에 고 대리는 “높은 자리로 올라가기보다는 현재 나에게 맡겨진 업무를 잘하는 것이 가장 기본이고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단순히 높이 올라가는 것이 아닌 내가 회사에서 앞으로 어떤 것들을 해야 할지, 무엇을 잘 캐치해야 하는지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고 대리가 입사한 2017년은 닷 워치가 출시된 해다. 어찌 보면 고 대리는 닷의 초기 고객들을 다 거친 것이다. 5년간 일하면서 고 대리는 고객들 때문에 힘들었고 상처도 받았지만 또한 고객들 때문에 치유받았다고 말했다.

“가장 힘들었던 것은 고객들의 클레임이다. 디자인이나 자신이 원하는 기능이 들어가지 않았다고 항의 전화를 받는 것들이 너무 힘들었다. 가끔은 밤에도 전화가 와서 똑바로 하라는 소리를 들었을 때도 있다.”

기자는 밤이 야근 중일 때냐고 물어봤고 고 대리의 퇴근 후 개인 전화라는 말에 황당했다. 어찌 그런 일이 가능할까 싶었다. 고 대리는 “시각장애인 커뮤니티가 작다 보니 한 다리 건너면 다 아는 사이다. 또 닷에서 근무하는 시각장애인 직원은 나 한 명이었다. 그래서 닷에서 일하는 시각장애인 직원 하면 무조건 고미숙이라는 대답이 나올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고 한때의 해프닝에 대해 회상했다.

“현재는 닷에서 실 사용자들의 니즈를 파악하기 위해 기획팀에 나 이외의 시각장애인 당사자 직원이 있다. 개발 초기 단계부터 디자인까지 담당한다. 또한 다양한 시각장애인들의 자문을 듣고 최대한 시각장애인 고객들이 원하는 것을 수용하려 하며 너무 극과 극일 경우에는 절충하려고 노력한다.”

고 대리에게 힘든 고객들만 있었던 것은 아니다. 그에게 감사하다고 복숭아를 한 박스 보내준 고객은 감동이었다고 고 대리는 회상했다. 이어 고 대리는 비시각장애인 고객이 가장 기억에 남았다고 말했다.

“닷 워치를 산 비장애인 고객이 있었다. 닷 워치에는 점자모드와 촉각모드가 있다. 촉각모드는 점의 개수와 모양을 통해 시계를 활용할 수 있고 점자모드는 점자가 표현된다. 우리 기능 중 점자 배우기 기능이 있는데 고객이 그 기능으로 점자를 배워 굳이 점자모드로 사용하셨다. 지루한 회의 중에 눈치 보지 않고 시계를 만지며 시간을 확인할 수 있어서 너무 편하다고 말했다.”고 웃으며 말했다. 기자는 고 대리의 말을 들으며 혹시 회사원들이 점자를 배운 뒤에 닷 워치를 구입한다면 지루한 회의시간에 딴짓이 쉽게 가능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잠깐 했다.

기자는 닷에서 일하는 장애인 당사자로서 고 대리가 바라는 세상은 어떤 세상인지에 대해 물었다. 고 대리는 “지하철의 엘리베이터들만 봐도 장애인들이 요구해서 생겼다. 근데 지금은 비장애인들도 많이 이용한다. 심지어 어느 어르신분들은 자신들을 위해 만든 엘리베이터라고 말하는 것도 보았다.”며 “장애인이 편한 세상이 모두가 편한 세상이다.”고 대답헀다.

고 대리가 말한 세상은 닷의 이념과 비슷하다. 그는 닷에서 일하며 자기 스스로 더 좋은 세상을 개척하고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