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년간 유튜브, 웹툰 등 디지털 콘텐츠가 비약적으로 많아졌다. 한 손에 들어오는 컴퓨터, 스마트폰 시장의 성장이 콘텐츠 다변화의 마중물 역할을 한 셈이다. 이들 콘텐츠에는 한 가지 공통점이 있다. 시각 정보를 통해 소비자를 만난다는 점이다.
이렇다 보니 시각 장애인들은 디지털에 대한 접근이 쉽지 않다. 디지털 난민인 것이다. 기술은 발전하지만 시각 장애인에게 현재는 스마트 기기의 등장 이전과 똑같이 어둡다.
이에 소셜벤처기업 ‘닷(dot)’은 세상과 시각장애인을 연결하는 ‘닷 패드(Dot Pad)’를 출시했다. 닷 패드는 시각 정보인 그림, 사진 등을 촉각 그래픽으로 옮겨 시각장애인에게 그래픽 경험을 선사하는 디바이스다. 스마트폰, 태블릿 등 IT기기에서 그래픽이 전달되면 패드에 내장된 2400개의 핀이 튀어나오는 원리다.
성기광 닷 대표는 “닷은 접근성이라는 비전을 갖는 회사”라며 “장애인 분들이 공공 시설물들을 비장애인과 똑같이 이용할 수 있게 해주는 솔루션을 제공한다”고 밝혔다.
닷 패드는 닷의 첫 결과물이다. 태블릿PC에 수만 권의 책을 넣은 채 돌아다니는 비장애인들과 달리 시각장애인들은 디지털 정보에 접근하는 게 어렵다는 점에서 착안했다.
성 대표는 “김주윤 공동대표와 미국 유학 시절 교회에 다니던 시각 장애인 분이 계셨는데 크고 무거운 점자 성경을 들고 다니셨다. 여기에 충격을 받았다”며 “점자 성경이 총 22권인데 이걸 디지털 솔루션으로 제공하는 회사를 만들어보자고 생각해 ‘닷’을 시작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처음엔 점자를 여러 줄 읽으면 좋겠다는 생각이었지만 하다 보니 이미지 정보까지 표시할 수 있었다”고 덧붙였다.
닷에 따르면 닷 패드의 상용화로 시각장애인 용품에 대한 절감 효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점자 책을 매번 구매해 읽지 않아도 되는 것이다. 또 1년 정도의 시간이 지나면 점자가 흐려지는 등 이유로 보관이 힘들었으나 이런 점도 닷 패드로 극복 가능하다.
닷의 이런 기술력은 최근 유행하는 ESG 추세와 맞물려 세계 최대 IT·가전 전시회 ‘CES2023’에서 최고 혁신상까지 수상했다. LG전자가 진행했던 ESG 어워드 ‘라이프스 굿 어워드’에서도 대상을 받은 바 있다.
성 대표는 “모두가 같이 살아야 한다는 인식 자체로 세상이 바뀌고 있는 것 같다”며 “CES에서도 사람을 돕는 기술에 관심을 가진 것 같다”고 설명했다.
닷 패드 제작까지는 총 7년이 걸렸다. 소형화된 디스플레이 안에서 표준 점자 간격을 유지한 채 모터끼리 연결하는 게 쉽지 않았다. 좁은 공간에 모터가 있으면 전자기기로 인해 자기장 간섭이 심해지는 탓이다. 외국 대학 등에서 상용화에 실패한 이유다.
가격도 제작 기간 지연에 한 몫을 했다. 시각장애인들 누구든 구매할 수 있도록 낮은 가격대를 형성하는 게 장애물이었다. 성 대표는 최대한 많은 시각장애인들이 사용할 수 있는 게 닷 패드의 핵심이라고 말한다.
그는 “처음 맥킨토시가 나왔을 당시에도 가격이 비싸 B2B(기업 대 기업)으로 많이 팔았다. 상용화되며 점점 가격대가 내려오며 개인이 하나씩 사용하는 디바이스가 됐다”며 “닷패드도 똑같다. B2B, B2G(기업 대 정부)로 시장에 먼저 내놓은 뒤 점차적으로 개인이 구매할 수 있는 환경을 구축하려고 한다”고 전했다.
공공기관에서 사용하고 있는 닷 패드 키오스크. 화면에 나오는 길이 닷 패드로 전송된다. |
닷 패드는 현재 시청, 구청, 박물관 등 국내 공공기관 건물 위주로 설치가 되고 있다. 기관 방문 시 입구에 위치한 안내 키오스크에 점자 디스플레이를 설치해 시각장애인의 안내를 돕는다. 오는 3월에는 부산에 전 지하철역에 닷 패드를 설치해 무장애 교통환경을 구현할 예정이다.
개인이 사용하려면 교육청 산하 시각장애인 기관에서 구매가 가능하다.
성 대표는 장애인들이 비장애인과 다를 바 없는 디지털 환경을 가지는 게 목표라고 말한다.
성 대표는 “전세계 시각장애인분들이 우리 생활과 다를 바 없는 디지털 생활을 했으면 좋겠다”며 “시각장애인 분들의 삶을 바꾸는 게 소명”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여기서 더 확장해 다른 장애를 갖고 계신 분들까지 세상과 잘 소통할 수 있는 연결성(Accessibility)을 갖는 게 목표”라며 “연결성 분야의 리더가 돼서 모든 사람들이 소통할 수 있는 환경을 구축하겠다”고 강조했다.
성기광 닷 대표.(사진=닷) |
전화평 기자 peace201@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