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 손끝으로 세상을 보는 시대라고 말한다. 스마트폰과 태블릿만 있으면 보고자 하는 정보를 쉽게 접할 수 있고, 즐기고자 하는 콘텐츠를 마음대로 선택할 수 있다. 하지만 이것은 어디까지나 비장애인의 관점이다. 장애가 있는 사람들에게는 아직 요원한 부분이 많다.
시각장애인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청각과 촉각으로 정보를 접하는 만큼 어떻게 보면 손끝이 가장 발달해 있는 사람들이지만 대개의 기기와 시스템은 친절하지 못하다. 그 사이에서 탄생한 것이 '닷 패드(Dot Pad)'다.
소셜벤처 (주)닷이 만들어낸 닷 패드는 문자와 그래픽을 모두 점자로 표현할 수 있는 촉각 디스플레이다. 문자는 점자 형식으로 구현되고 그래픽은 생김새 그대로 도드라지게 표현할 수 있다. 물론 말처럼 쉬운 기술은 아니다.
그동안의 점자 단말기는 32셀 한 줄로만 되어있어 그래픽 표현이 불가능하고 가독성이 떨어졌다. 하지만 닷 패드는 기존에 전압을 사용하는 방식 대신 자석에 기반한 자체 개발 기술을 적용함으로써 셀의 크기를 10분의 1로 줄이고 320개의 셀을 갖추면서 이 문제를 해결했다. 기술로 확보한 공간은 문자를 넘어 곡선·도형·차트·이모티콘·웹툰·사진 등도 촉각 그래픽으로 나타내는데 활용됐다. 더욱이 자체 개발 기술은 가격 역시 4분의 1 정도 수준으로 낮추는 효과도 가져왔다는 설명이다.
닷 패드의 이와 같은 기술들은 특히 시각장애인을 위한 교육현장에서 큰 각광을 받는다. 지난 1월 '제20회 대한민국 교육박람회(Korea Educational Technology & Contents Fair 2023)'에서 진행된 '닷 패드 쇼케이스'도 이런 맥락에서 반영되었다고 볼 수 있다.
닷의 고미숙 커뮤니티 매니저는 중학교 2학년 때 중도 실명 이후 학업에 많은 어려움을 겪은 케이스다. 고 매니저는 수업 중 선생님의 설명이나 교과서 점자 시각자료에만 의존해야 했는데, 시각 자료는 그마저도 매우 부족하거나 생략되는 경우가 많은 것이 현실이었다고 말한다. 쇼케이스 축사로 나선 한국시각장애인연합회 김영일 회장이 "문자를 넘어 이미지 정보까지 제공할 수 있는 매개체가 절실한 상황에서 그 역할을 닷 패드가 해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라는 말과 닿아있는 부분이다.
공공기관에서의 수요도 이어지고 있어 주목된다. 일단 배리어프리(barrier free, 장애인들도 편하게 살아갈 수 있는 도시를 만들기 위해 물리적ㆍ제도적 장벽을 제거하자는 것) 키오스크에 닷 패드를 접목시켜 효과를 높일 수 있는 것이 강점이다. 이미 지난해 상주박물관에 닷 패드 기능이 포함된 키오스크가 설치되었는가 하면, 부여군에도 점자‧음성 민원안내시스템 키오스크로 도입되었다.
이 같은 기술력과 가치에 대한 평가는 수상 경력을 통해서도 알 수 있다. 닷 패드는 세계 최대 정보통신(IT)·가전박람회 'CES 2023'에서 '최고 혁신상'을 수상, LG전자가 주관하는 ESG혁신가들의 도전을 지원하고 응원하는 '라이프스굿 어워드(Life's Good Award)'에서는 대상을 받으며 인정받았다.
회사의 성장세도 꾸준하다. 지난 2월 134억 원 규모의 투자를 유치하면서 누적 투자금액 300억 원을 달성했는가 하면, 조달청의 지원 강화 약속도 받아놓은 상태다. 김주윤 닷 대표이사는 지난해부터 4년간 미국 내 모든 시각장애인 학교에 300억 원 규모의 닷 패드를 공급할 예정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한편, 지난 3일 이마트는 시각장애인들의 교육 환경 개선을 위해 닷 패드를 기부한다고 밝혔다. 지난해 이마트와 프로야구단 SSG랜더스가 연계한 캠페인을 통해 모인 기부금에 이마트가 일정 금액을 더해 1억원 상당의 닷 패드(12개)를 인천광역시 동부교육청에 기부하는 것이다.
케미컬뉴스 송영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