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벤처 혁신기업의 벗’ 조달청
■규제 개혁 등 울타리 자처
청년-창업 기업 초기 판로 개척… 불필요한 현장 규제 발굴해 개선
■맞춤 지원으로 수출 실적 견인
해외 시장에 특화된 바우처 발급… 무상 원조사업으로 해외 진출 확대
“내시경 실시간 판독 기술이 있어도 판로가 없어 막막했는데, 혁신 제품이 돼서 날개를 달았습니다.”
김경남 웨이센 의료기기 생산업체 대표는 22일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신생 기업의 성장동력 비법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김 대표는 “2019년 창업 이후 2022년 조달청 혁신기업 국가대표 1000에 선정됐을 때 전환점을 맞았다”며 “우리 기술을 정부가 인정해준 덕에 판매 물꼬가 터지면서 지난해 매출 12억 원을 돌파했다”고 했다. 해당 의료기기는 소화기 내시경 영상을 실시간으로 분석하는 인공지능(AI) 기술로 의료진이 병변(病變)을 판단할 때 보조 역할을 한다. 업체는 초창기 신생 기업이라는 장벽에 막혔지만, 조달청 혁신제품 명단에 이름을 올리면서 성장했다. 현재는 서울 중앙보훈병원, 국민건강보험공단 일산병원, 강원 강릉의료원 등 3곳에 의료기기를 납품하는 성과를 토대로 시장을 확대하고 있다.
● 문턱 낮춰 공공조달 진입
조달청은 지난 2년 동안 중소벤처 혁신기업의 벗으로서 신생 기업도 공공조달 시장에 진입할 수 있도록 촘촘한 지원체계를 마련했다. 기술이 있어도 정보가 없어서 조달시장에 진입하지 못했던 신생 기업을 상대로 3월부터 ‘공공조달 길잡이’ 제도로 지원하고 있다. 이를 위해 전국 11개 지방청과 본청에 전담관 34명이 배치됐다. 길잡이 제도 도입 두 달 만에 해상부유구조물 제조업체를 포함해 8개 기업이 다수공급자계약으로 나라장터 종합쇼핑몰에 새롭게 이름을 올렸다. 또 청년, 창업, 벤처 기업들의 전용 공간인 벤처나라를 운영해 이들의 초기 판로 개척을 돕고 있다. 벤처나라를 통한 이들 기업의 조달시장 공급실적은 지난해 1431억 원으로 2년 전(1255억 원)보다 14% 늘었다.
● 골밀도 높은 기업으로 성장
역동적인 조달시장 환경을 만들기 위해서 규제는 과감히 걷어냈다. ‘규제개혁이 곧 성장’이라는 개념 아래 ‘조달 현장 규제혁신위원회’를 만들고, ‘현장 목소리 책임 이행 특별팀’을 2월에 새롭게 꾸렸다. 바꿀 필요가 있는 규제 206개를 발굴해 179개를 현장에 맞춰 개선했다. 세부적으로는 4월 4일 여성벤처기업협회 간담회 자리에서 현재 일 년에 두 번뿐인 공급자 제안형 혁신제품 공모 건수를 더 늘려달라는 목소리가 나왔는데, 16일에 응모 건수를 세 번으로 늘렸다.
국민 생활과 밀접한 공공수요를 찾아내는 일에도 적극적이다. 시각장애인을 위한 점자 디스플레이 ‘닷패드’ 등 26개 혁신제품이 우수성을 인정받아 2023 국제전자제품박람회(CES)에서 혁신상을 받았다.
● 국내를 넘어 세계로 도약
조달청에 따르면 경쟁력을 갖춘 조달기업이 국내 시장을 넘어 해외 시장으로 진출하며 지난해에 16억3000만 달러(약 2조2225억 원)의 수출 실적을 기록했다. 올해 처음 도입된 해외 조달 시장에 특화된 바우처로 수출 기업은 규격 인증, 납품 절차, 조달 법령 등 각자 필요한 분야에서 도움을 받을 수 있다. 공적개발원조(ODA) 사업 시장도 정조준하고 있다. 최근 우크라이나 재건 현장에 이동식 엑스레이 등 긴급구조 제품을 지난해 12억 원, 올해 30억 원어치 보내 국내 성능과 품질의 우수성을 세계 시장에 알렸다. 임기근 조달청장은 “2년 동안 대내외적 어려움 속에서도 연간 209조 원의 조달시장을 통해 중소 벤처 혁신기업의 건강한 성장 사다리가 되겠다”라고 말했다.
김태영 기자 live@donga.com